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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여름 서부 여행기 (2/2)

구사과 2025. 10. 30. 13:21

Part 3. Oregon Coast

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가 밤 11시 정도로 잡혀 있어서 Oregon Coast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올 계획을 짰다. Oregon Hwy 34가 뭔가 구불구불하고 재밌어 보여서, 그 길로 서쪽으로 들어간 다음에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고, 남는 시간에 따라 적당히 포틀랜드로 복귀할 생각을 대충 했다.

가는 길에 Alsea Falls라고 하는 곳을 들렀다. 작은 강이 폭포를 이루고 있다.

몰랐는데 이 지역은 rainforest가 형성되어 있어서 특이한 이끼가 낀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올림픽 반도 같은 곳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리건 해안가에도 rainforest가 있다고 한다.

더 달려서 해안가에 도착했다. Hwy 34는 그냥 나무가 많고 되게 구불구불했다. 추천할 생각은 없음. 이 해안가는 샌프란 근처처럼 모래가 깎여내려가는 형태이다. 그리고 (아마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돌덩이들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돌덩이를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이다.

좀 누워있다가 다시 출발.

해안가를 따라 더 올라가서 Newport에 도착했다. 여기서 20번 국도가 동쪽으로 출발해서, 대략 3365마일 (=5415km) 을 가다가 보스턴의 Kenmore Square에서 끝난다. Kenmore Square에 가면, Newport, OR 3365 miles라는 똑같이 생긴 표지판이 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자주 보는 편인데, 결국 이번 기회에 3365마일 너머에서 반대편 표지판을 보았다.

Bayfront로 내려가면 수산시장 같은 게 형성되어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도 여름이 아닐 때는 샌프란마냥 물개가 꽥꽥대는 것 같다. 나는 8월에 왔기 때문에 물개는 전혀 없었다. 다 짝짓기하러 캘리로 내려가셨다.

올라가는 길에 멋있어서 찍었다.

저녁, 이 레스토랑이 거의 유일한 음식 옵션이었다. 거의 오지같았던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안에 들어가니 관광객들이 많았다. 음식은 맛있었는데 가격이 꽤 비쌌다. 그리고 혼밥 난이도가 최상위권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창가에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지길래 차를 돌려서 세웠다. Pacific City Beach라는 곳이다.

왼쪽에는 해변가가 있고, 오른쪽에는 sand dune이 막고 있다. 리조트가 형성되어 있는 거 보면 관광객이 꽤 오는 곳으로 보인다. 해가 질 때의 풍경이 절경이었다.

Sand dune이 올라갈만해 보여서 등반을 해 봤다. 옛날에 실패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신발을 벗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하니 올라가는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단순히 해변가만 있는게 아니라, 모래 위로 올라가면 특이한 풍경이 있어서 좋았다. 여긴 정말 좋은 곳이었고 나중에도 한번 다시 오고 싶다. 지금은 구름이 너무 많이 껴 있는데, 구름이 적당히 낀 상태로 일몰을 볼 수 있으면 정말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돌아가는 동안 길 위에서 사슴을 봤다.. 다행이도 교차로를 막 지난 후라서 속도가 아주 느린 상태였다.

중간에 해가 좀 지고 안개가 잔뜩 꼈을때 잠시 pullout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저기 서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저게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해변가를 벗어나지 못 한 상태였다. 해변가를 벗어난 이후에는 해가 완전히 졌고, 거기서 Oregon Hwy 6을 따라서 포틀랜드로 갔다. 정말 어둡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시간 반쯤 건너야 했는데, 앞 뒤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무서웠다. 낭만이고 뭐고 없는 손에 꼽을 정도로 무서운 운전이었다. 그래도 별 일 없이 PDX로 잘 살아 돌아갔다.

Part 4: Seattle, WA

로드 트립으로 온 거라 시애틀 자체에서는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다. 시애틀에서 시간을 썼던 얘기가 궁금하다면 이 곳을 보면 된다. 시애틀에 한 네 번쯤 온거 같은데, 이 때 처음으로 날씨 안 좋은 시애틀을 경험했다.

8/15

원래 Rainier를 가기로 했었는데 비가 와서 Olympic National Park를 가는 것으로 선회했다. 기상 문제로 급하게 계획을 바꾼거라, 그냥 Olympia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반도를 쭉 돌고 온다 정도의 목표만 있었다. 올림픽 반도가 크다는 건 그때도 인지하고 있어서, 다소 빡센 계획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날 일어날 더한 일들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Ruby Beach라는 곳이다. 날씨가 상당히 좋지 못한데, 보통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은 곳이고 사실 그게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구름이 Olympic Mountains를 넘지 못해서 항상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그래서 숲이 바다 바로 앞까지 형성되어 있고, 여기서는 태평양의 파도가 숲을 덮치면서 나무들을 쓸어간다.

이후 Forks라는 마을을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불을 다 꺼놓은 굉장히 음침한 Mexican restaurant를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도시 전체에 정전이 일어나서 (!)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다행이도 주방은 정상영업해서 음식은 먹었다.

그 다음에는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던 Hoh Rainforest를 보러 갔는데, 여기는 진입로가 침수되어서 (!) 갈 수가 없었다. 이때 이미 시간이 4시를 넘어가기도 했고, 기상 상황 때문에 볼 수 있는게 더 이상 없을 것 같아서, 그냥 101 southbound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101 southbound로 Amanda Park 근처에서 도로가 통제되었다. 처음에 Hoh Rainforest에서부터 알 수 있었으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시계 반대방향으로 1시간 반 넘게 간 후에야 알게 된 것이라서 정말 크게 시간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억지로라도 반도를 한 바퀴 돌게 되었다.

Olympic 반도의 태평양 연안은, Forks에서 Amanda Park 사이의 100km 가까이 되는 구간에 사람이 사는 곳을 전혀 보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도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이 길을 자주 써야 하는 로컬들은 어떨지가 궁금했다. 아무튼 당시에는 진짜 무서웠고, 지금 생각해도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오지를 들어갔다 왔다고 생각이 든다.

울며 겨자먹기로 Crescent Lake까지 돌아왔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까 진짜 대단한 풍경이라고 생각이 든다. Port Angeles를 가니까 해가 다 졌다. 계획에도 없던 페리를 타는 등 온갖 경험을 다 했지만, 다행이도 숙소에는 자정 전에 도착했다.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어쨌든 문제들을 잘 해결해서 도착을 했고, 특이한 경험도 많이 있었던 재미있는 하루였다.

8/16

시애틀에서 페리를 타고 Bremerton으로 향했다. 페리 자체는 전날에도 탔지만 그 때는 시애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한 밤중이라 보이는 게 없었다 (ㅠㅠ) Bremerton으로 가는 좋은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망이 엄청나게 멋지다. 시애틀 도심을 한 눈에 확 보여주다가 얼마 안 가서 조용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샌프란도 그렇고 서부 도시에서 페리를 타 보는게 참 좋은 (그런데 사람들이 별로 많이 하지 않고 저렴한!) 액티비티인거 같다.

Lake Crescent Revisited.

Olympic National Park를 또 갔는데, 이번에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많은 걸 하지는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날 Hurricane Ridge를 올라가려고 했는데, 안개가 너무 심하게 껴서 그냥 중간에 차를 돌리고 포기했다. 대신 Lake Crescent 근처에서 짧은 하이킹을 했다. 약간의 rainforest를 지나가면 아주 높은 폭포를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보면 별로 높아보이지 않지만, 최소 10미터는 된다.)

끝나고 Lake Crescent에서 잠깐 쉬다가 돌아갔다. 낚시나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는 날씨가 개니까 어제보다 더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돌이켜서 봤을 때는 전날의 사진이 훨씬 훌륭해 보인다.

8/17

Port Townsend에서 페리를 타고 Fort Casey 방향으로 출발했다. 전날 이 페리가 (1) 인기가 많아서 예약제로 운영되고 (2) 이미 꽉 차있다 는 사실을 보고 약간 패닉했는데, 다행이도 비예약석 6개 정도를 매 페리마다 비워둬서,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안전하게 탑승했다. 예약을 받는 페리가 워싱턴주 내에서 이것밖에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nowhere to nowhere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인기가 많은 노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국 사람들은 바다가 쫙 펼쳐진 곳에서는 Fort를 짓고 산의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는 Fire Lookout을 짓는다. Juan de Fuca 해협이 한 눈에 들어오는 Fort Casey라는 곳이다.

Deception Pass라는 곳이다. 다리가 아주 멋지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다리 위. 사진만 보면 거의 하와이 같다. 실제로는 깎아지른 절벽과 PNW 특유의 evergreen 때문에, 태평양 열대 섬 이상의 멋이 있다.

실제 다리 위에 서 보면 다리가 엄청 높고 좁다. 왼쪽에서는 차가 엄청 가까이 다니고 오른쪽에는 낭떠러지가 있어서 꽤 무섭다.

Deception Pass를 지나서 Bellingham을 찍고 North Cascade National Park쪽으로 향했다. Bellingham은 I-5로 왔다갔다 했는데 무슨 고속도로 주제에 경치가 되게 좋았던 기억이 난다.

North Cascades National Park는 웰컴 사인이 특이하게 생겼다. 돌덩이 안에 빙하? 를 쌓아놨는데 상당히 귀엽다.

Diablo Lake. 빙하가 녹은 물은 암석 입자들이 묻어나와서 저런 도자기 빛 색깔을 낸다. 여기는 정말 물감을 탄 것처럼 비현실적인 색을 띄는 곳이었다. 호수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들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 호수는 (내가 알기로는) 아래에 댐을 지어서 생긴 인공호수로, 이 근처에 수력발전소가 있고 시애틀 근교 전기 공급의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다. 

그 뒤에는 Ross Lake라는 호수가 있다. 캐나다까지 뻗을 정도로 크고 길게 형성된 호수로, Diablo Lake보다는 색깔이 더 현실적이다.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한참 가면 Desolation Peak라는 산이 있다. Jack Kerouac이 그 산 정상에 있는 Fire lookout에서 63일을 살았다고 한다.

 

Washington Pass에서 Cascade Range를 가로지른다.

해가 딱 질 때쯤 방문했고,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Pass를 넘어가면 처음 나오는 동네인 Winthrop에 우리 숙소가 있었다. 불멍을 하고 싶었는데 다른 일행이 이미 자리를 선점하고 있기에, 그냥 그 일행에 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다호 분들인데, PCT 최북단 부분을 4주 정도 하고 오셨다고. 원래 국경을 넘어 BC로 돌아오는게 국룰인데 트럼프때문에 여기까지 돌아와야 했다고 짜증을 내고 계셨다. 아무튼 얘기만 들어도 너무 재밌어보였고 나도 언젠가 PCT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께 우리가 올림픽 반도에서 고생하고 있었을 때 그 근처에 큰 폭풍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 때 들었다.

이 다음날에는 Washington Pass 근처에서 한 4마일 정도의 하이킹을 하고 동쪽으로 향했다. 이것도 꽤 좋은 하이킹이었다. 난 이 여행을 Glacier NP까지 따라가다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갔고, 같이 한 일행은 덴버까지 하다가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Glacier에서 하이킹을 스킵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돌아봤을 때 이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고 멋있었던 곳은 North Cascade였다. 다음에 올 때는 샌프란에서부터 걸어와야 하나? 잭 케루악처럼 Fire lookout에서 한달 살기를 할까? ㅎㅎ;; 역시 망상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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