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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Empire Builder (1/3)

구사과 2024. 4. 19. 04:02

정말 갑작스럽지만, 저번 주 3주 전 6주 전 (...) 암트랙의 Empire Builder를 타본 후기를 써 보려고 한다. 3월 6일 ~ 3월 8일은 공휴일이 끼어 있는 주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는 시기지만, 과제가 없길래 2주 전쯤에 충동적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보스턴 → 시애틀 비행기, Empire Builder, 시카고 호텔 1박, 시카고 → 보스턴 비행기 표를 끊고, 평소처럼 살다가 전날 최소한의 준비물만 챙겨 출발했다.

Day 1

Seattle

4시 반 기상 후 Boston Logan에서 6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갔다. 비행 시간은 약 6시간 정도로, 시차 때문에 3시간이 당겨져서 도착 시간은 10시였다. 몇천 km를 넘어서 Pacific에 왔다는 실감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날씨가 보스턴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SeaTac 공항에서 연결되는 경전철을 타고 갔다. 시애틀은 보스턴과는 다르게 이 경전철이 공항과 시내를 빠르게 이어준다. Westlake라는 곳을 중심으로 이것저것 있는 것 같아서, 일단 거길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Westlake로 갔다.

Westlake에 도착한 후 이런 저런 음식점을 찾아봤다. Pike Place Market에서 파는 클램차우더나 랍스터 같은 게 유명한 거 같았는데, 그건 우리 동네도 맛있게 한다고 생각해서 가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Biscuit Bitch라는 음식점이 평이 괜찮아서 한 번 가봤다. 제대로 된 음식점은 아니고, 테이크아웃인데 노상에 테이블이 몇 개 있는 느낌. 메뉴판을 보니까 Hot Mess Bitch가 있길래 참지 못하고 그걸로 시켰다.

음식은 미국식 브런치 그 자체로 내 취향에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근데 소시지가 너무 매워서 그건 못 먹고 버렸다. 한국인 자존심 어디..
커피는 맛이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 커피숍 1호점 등, 근처에 커피로 유명한 곳이 많으니 커피는 따로 사서 가자.

오는 길에 모노레일이 있어서 그냥 재밌어보여서 탔다. 실제로도 대중교통보다는 관광상품에 가까운 것 같다. 모노레일은 Westlake와 Space Needle을 잇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이동

Space Needle은 입장료가 꽤 비쌌다. 그리고 혼자 올라가는 게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나 싶어서, 나중에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근처를 둘러보다가 Pop Culture Museum이 있어서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수요일 폐관이었다;; 그렇게 되니 모노레일을 타고 온 의미가 없어져서 바로 Space Needle을 올라갔다.

Space Needle에서는 시애틀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스카이라인이 대단한 도시는 아니지만 호수가 많아서 굉장히 아름답다.

원래 시간이 남으면 카페 같은 곳에 있으려고 했는데, 여기가 너무 좋은 카페인 것 같아서 그냥 여기 앉아 있었다. 금방 나가려고 했는데 이 때 맞왜틀하다가 좀 오래 앉아 있었음

Pike Place Market을 슬슬 구경하면서 King Street Station까지 걸어갔다. 스타벅스 1호점도 구경했지만 줄이 있길래 안 들어가봤다. Puget Sound를 끼고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역 근처는 치안이 그렇게 좋지는 못한 동네인지 (약간 sketch한 느낌이긴 했음) 역 안에 들어가니까 경찰들이 나보고 왜 들어왔냐고 심문을 했다. Empire Builder 타러 왔다고 하고 들어갔다. 경찰이 없었으면 나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나가지 못 할 것 같아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출발~

The Evergreen State

시애틀에서 출발하면 기차는 Puget Sound를 끼고 거의 100km 가량을 달려 북쪽으로 올라간다. 시작부터 해변가를 기분 좋게 달린다. 각 객실마다 전담 승무원이 배정되어 있고, 출발한 후 몇분 뒤 승무원이 객실을 찾아와 이것 저것 소개를 해 준다.

Everett에서 기차는 Puget Sound를 떠나 동쪽으로 출발하고 그러면서 해가 진다. 아쉽게도 Cascade Range를 볼 기회는 없다.

침대차 옵션에는 모든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는 식당칸에서 한다. 승무원이 순서대로 모르는 4인을 적당히 묶어서 무조건 같이 먹게 한다. 이렇게 운영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식당칸이 좁아서일 것이다. 음식을 본인 차로 가져다주는 옵션도 있을 텐데, 난 애초부터 모르는 사람이랑 식사하면서 말 터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알아보지는 않았다.

위스콘신 사시는 노부부 분과, Glacier Park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 분과 같이 식사했다. (노부부 분은 내 뒷칸에 계신 이웃 분이었다.) 노부부 분은 나랑 비슷하게 이 기차를 타보고 싶어서 시애틀까지 비행기로 오셨고, 할머니 분은 시애틀에 나오셨는데 겨울이라 운전해 가기는 애매해서 기차를 타신 느낌이었다. 온갖 스몰톡을 다 하다가 돌아왔다.

저녁 식사 메뉴는 새우튀김 + 스테이크 + 초콜릿케익 으로 골랐다. 새우튀김은 그냥 새우튀김이었다. 스테이크는 무슨 뉴욕 스트립 같은 걸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두껍지 않은 고기다. 맛은 있지만 사실상 데미글라스 맛으로 즐기는 느낌. 초콜릿케익은 그냥 아주 미국스러운 무지막지하게 달콤한 케익이었다.

저녁 식사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극과 극으로 갈린다. 스테이크를 준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최악이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기차 안이라서 전혀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와서 감동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600달러 기차에서 식사가 6번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기대치 이상이라고 생각이 든다.

대충 9시 정도가 되면 전담 직원 분이 침대를 세팅해준다.

4시간을 넘게 달렸지만 기차는 워싱턴주를 반도 넘지 못했다. 새삼 대단한 나라

이미 전날 잠을 잘 못 자서 10시에 칼같이 수면하려 했다. 일어나면 시차 때문에 1시간이 사라져 있을 거라 특히 더 그렇게 했는데, 방이 너무 추웠다. 일단 히터가 고장난 것 같았고, 암트랙에서 주는 이불이 호텔식 이불이 아니라 담요 정도라, 좀 따듯한 잠옷 같은 걸 챙겨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에서 더웠다는 후기를 들어보면 분명히 내 방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적당히 껴입고 자니까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잘 자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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