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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Western Montana - Near Glacier National Park
6시 반 좀 넘어서 일어났다. 잠은 그런대로 잤지만, 썩 개운치는 못하게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보니..
어제 오후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같은 설원 속에 있었다. (사진은 그림같이 않음에 양해를 부탁한다. 동영상으로 찍은 경우가 많아 그렇다) 아직 진짜는 시작도 안 했으니, 바로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도 몇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스크램블 에그로 골랐다. 아침을 같이 먹었던 대학생은 캐나다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고 했다. 보통은 집에 갈때 6~7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는데, 지금은 고속도로가 빙판이 되어 있을 것 같아서 기차로 간 후 역에서 부모님이 픽업해주시기로 했다고. 기차가 미국의 북쪽을 달리고 국경선하고도 그렇게 멀지 않아서 (100km...) 가능한 선택인 것 같다. 바깥 풍경은 어렸을 때 많이 놀러와서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밥을 다 먹고 Observation Car로 향했다. 생각만큼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고 앉을 만한 자리가 있었다.
7시 50분에 기차는 West Glacier 역을 출발한다. 이제 기차는 계곡을 따라 얼음물이 녹아 내려오는 강을 따라 움직이고, 이 때 풍경이 절정에 도달한다.
설원을 모두 지나는 데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해가 하늘 중간에 걸리고, 산의 모습이 창문 안에 들어온다.
Prairies
10시가 넘어가면 이제 Glacier National Park를 완전히 빠져나오고, 열차는 끝도 없는 초원을 끼고 달린다. 남은 몬타나 주와 노스 다코타는 다 이렇게 생겼다. 그 거리만 1000마일이니, 해가 질 때까지 초원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열차는 중간에 Shelby 역에서 정차한다. 가끔씩 “smoke break” (담배 타임…) 라고 역에 좀 오래 정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정차한다. 단순히 쉬어가는 목적 뿐만 아니라 스케줄보다 너무 빨리 달렸다면 스케줄에 맞춰서 출발하는 역할도 있다 (반대로 좀 지연되었다 싶으면 break는 짧아진다).
Shelby 역에서 어떤 아저씨랑 대화를 했다. 한국 얘기를 하니 북한을 떠올리시는 것 보니 확실히 시골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몬타나에 사시는 분인데, 눈을 다치셔서 운전을 못 하게 되셨고, 그래서 기차를 타신다고 하셨다.
Shelby에는 약 3000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 지나는 곳들 중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다.
곧 점심 타임이 되었고 햄버거가 나왔다. 뒤에 양상추 양파 토마토가 있는데, 알아서 끼워 넣어서 먹으면 된다. 난 안 넣고 먹다가 나중에야 이상함을 깨달았고 그 때는 이미 늦었다 (…) 그래서 굉장히 물리는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넣을 걸 안 넣었으니 공정한 평가일 리가 없다. 같이 먹었던 일행은 오리건에서 온 40대 부부와 미네소타로 가는 할머니였다. 미네소타 할머니는 알고보니 내 반대편 객실에서 주무시던 분이었는데, 난 그런줄 몰랐지만 먼저 알아봐주셨다.
점심 이후에는 어차피 밖에 초원밖에 없어서, 뷰를 찾아다니는 욕심 없이 편하게 다녔다. 공용 샤워실을 가 봤는데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다. 깨끗하고, Amenities도 다 구비되어 있다. (좁아서 좋은 사진을 찍기는 좀 어려움)
기차를 타기 전에는 대평원을 몇 시간동안 가로지르면 재미있을 지 지루할 지가 정말 궁금했다. 흥미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냥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특별한 매력이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주유소 하나조차 찾기 힘든, 모든 세상과 단절된 곳을 가로지르는 것은 신비한 경험이다. 외부 연락을 전부 끊고 창 밖을 보고 있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거나 아니면 모든 생각을 비우거나,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종류의 게으름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대평원에는 눈을 사로 잡을만한 풍경은 없다. 바깥 창문만을 본다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자연이 모든 것을 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나 역시 그 일부가 되어서 할 것을 찾아야 한다. 책을 들고 와서 읽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t-mobile 기준으로 인터넷이 된다. 느리고 가끔 끊기기도 하지만.. 나의 작은 지도나 여행 책자로 사용해도 되고, 그냥 카톡을 해도 된다. 나는 이런 저런 연락과 검색들을 좀 했다.)
오늘 창 밖에서 기차와 함께 수평선을 달리는 길은 미국 2번 국도이다. 잘 보면 2번 국도의 milepost가 보이는데, 숫자들을 보면 대충 내가 이 정도 왔구나 하는 거리감을 얻을 수 있다. 위키백과 기준 몬타나의 마일리지는 667이다. 이 숫자에 가까워지면서, 기차는 노스 다코타주에 접근하고, 해도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Observation Car를 지나가기 위해서 Coach Car를 넘어가야 했다. Coach는 아주 저렴하다. Roomette가 600USD인 와중에 Coach는 80USD이다. 좌석 자체는 버스보다 훨씬 편하고 (일반적인 암트랙 좌석과 동일), 옆자리도 거의 비기 때문에 살짝 누워갈 수도 있다. 다만 Coach Car에서는 오줌 냄새가 좀 심하게 났고, 내가 본 칸 모두가 그랬기 때문에 지하철과 달리 자리를 옮긴다고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격 때문에 Coach를 잠시나마 생각해봤었는데, 확실한 마음의 준비가 없으면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Coach class 여행은 상당히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열차를 보면 의외로 좌석이 1/3 정도는 찬다. 그 중 반 조금 덜 되는 비중은 아미쉬들이 차지한다. 아미쉬들의 사정은 들은 바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식사는 Sleeper car 사람들끼리만 하지만 (Coach에서 하려면 추가요금 필요 - 식사당 20불 정도), Observation Car는 Coach class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쓴다.
해가 질 때 쯤 Observation Car에서 Coach class를 타는 남자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미시건주에 사는 남자친구를 보기 위해서 기차를 탔고, 비행기는 환경 문제 때문에 타지 않는다고 했다. 미시건주는 시카고에서 기차를 한 6시간 정도 더 타면 갈 수 있고, 그래서 이번 여행도 Empire Builder를 시작부터 끝까지 탄 후 기차를 그 쯤 더 타서 미시건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 여행은 여러 번 (!) 해 봤고, 같은 길을 운전으로도 오간 적이 있다고 했다. 비행기 여행의 여러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상상하기 힘든 결정인데, 그런 것을 더 자세하게 묻지는 않았고 이런 저런 스몰톡을 하면서 갔다.
사진에서 보이는 강은 미주리 강이다. 그 분이 지나가면서 야생 사슴을 봤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못 봤다. 이 루트를 따라 간다면 한번 사슴을 찾아보자.
기차가 (드디어) 노스 다코타 주 경계를 넘어갈때쯤 해는 지평선 아래로 넘어간다.
기차는 Williston이라는 도시를 지나간다. 이 근처에 셰일 노다지 가 있어서 최근 핫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유전같은 구조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노스 다코타는 몬타나보다는 훨씬 도시화가 된 지역이 많다. 그래서 몬타나같은 날 것의 풍경은 아니고 그냥 지루한 고속도로같은 느낌이라고 들었는데, 우리는 여길 밤 사이에 지나가기 때문에 눈으로 검증은 불가
이번 저녁에는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어제 먹은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맛있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으나, 그래도 그 소고기 스테이크가 암트랙 상징이니 기차 타면 한번쯤은 먹어보자. 위스콘신 사는 노부부분을 또 만났고, 다른 한 분은 포틀랜드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쳐서 충동적으로 기차여행을 선택한 젊은 여성 분이었다. 이 여성 분의 텐션이 너무 높아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밥만 먹다 왔음.
기차는 Minot이라는 도시에서 1시간 정도 정차한다. 몬타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도시였다 (무려 월마트가 있음 ㄷㄷ)
내가 나가려고 하니까 반대편 자리에 계신 미네소타 할머니가 "five degrees!!" 라고 경고해 주셨다. Metric system 좀 치시나? 하고 나갔으나 누가 봐도 화씨 5도의 날씨였다. 3월 초임을 생각해 보면 쉽지 않다. 실제로도 continental US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고 있다.
나갔다 와서 바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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