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art 1: San Francisco, CA
7.18
이 전날 밤에 하루 종일 잠을 못 자고 밤을 샜다. 생활 패턴 문제가 아니라 누워서 못 잔 것이고, 잠을 못 잘만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당연히지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니 고문이 따로 없었고, 사람을 보러 나가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보스턴에서는 당분간 볼 만한 친구가 없어서, 이 연옥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샌프란시스코라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더 생각해 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것 같아 바로 추진했다.
오전 11시 반에 친구한테 소파에서 잘 수 있는지를 물어봤고, 와도 된다는 답장을 받았다. 답장을 받은 즉시 오후 2시 비행기를 예약하고, 가방 하나만 들고 샌프란시스코를 향했다.



친구 집에 도착해서 굴국밥을 얻어 먹었다. 비행기를 당일에 예약해서 오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 봤다고, 참 신기하다고 하였다. 나도 비행기를 당일에 예약해서 오는 사람을 처음 봐서 참 신기했다.
따뜻한 밥을 얻어먹고 몇가지 해야 할 일들을 마친 후 잤다. 잠은 당연히 잘 잤다.
7.19
아침 6시 반에 너무 개운하게 일어났다. 코드포스를 했는데 문제가 안 좋아서 점수를 약간 잃었다.

버클리에 사는 rkm0959를 보러 친구 차를 얻어타고 East Bay로 향했다. 이 길에서 오클랜드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스카이라인이 높고 멋있는 건물이 많았다. 물론 고속도로에 쓰레기 버려놓은 것도 덤.. 오클랜드가 옛날에는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특이한 곳이라고 이미지가 좀 바뀐 것 같다. 호기심이 드는 도시이다.


아이스크림을 좀 먹다가 산책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근처 공원을 들렀다. Bay를 끼고 있는 공원인데,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과 다리 3개 (Bay, Golden Gate, Richmond)를 다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공원이었다. 그나저나 여기로 오는 길에서는 버려진 것 같은 RV에 사람들이 수상하게 왔다갔다하고 있었는데 좀 무서웠다. 그리고 Richmond Bridge -> Golden Gate Bridge로 돌아왔다.

운전해주던 친구는 이제 좀 질린거 같은 눈치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금문교는 위대한 다리이다. 집에 도착한 후 스탠포드에 있는 고등학교 동기를 오랜만에 만났다.
7.20
아인타를 보러 갔다.


캘트레인 / MUNI. 사실 MUNI는 돈 어케 내야 하는지 몰라서 무임승차했다.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재팬타운 근처 대호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이후의 계획은 딱히 없었다. 내가 Pier 39나 구경시켜달라고 했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딱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괜히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있는 Golden Gate Park나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신차려보니까 Presidio까지 왔다. 음?

바다가 눈에 보이길래 거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바닷가까지 왔다. 금문교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야 해서 힘들었다. 고생한 김에 더 걸어 보기로 했다.

Welcome to Marin County! 그렇게 시 경계를 넘어갔다. 이제는 진짜 반지점을 넘어가서 완주하는거 말고는 답이 없다.

완주!

너무 춥고 배고팠기에 당연히 냄새를 참지 못하고 사먹었다. 냠
이 때 아인타 폰은 방전되고 내 폰은 3% 정도였다. 운 좋게도 방전되기 전에 우버 기사가 잡혀서, 폰이 꺼지기 전에 번호판을 외우고 기사를 잘 찾아서 돌아갔다. 번호판을 까먹었거나 기사를 못 잡았으면 조난당했을지도... 있지만 두 사람 다 그런 케이스를 딱히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인타 방에 들어가서 휴대폰을 적당히 충전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떠났다.


냠


샌프란시스코의 경사.


Coit Tower라는 곳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서의 전망도 멋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정말 좋았다. 타워 자체는 안 올라갔다. 늦어서 못 올라간건지 안 올라간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처음에는 Pier 39가 멀다고 시작했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배 긁는 물개를 찍고 갔다.

이러고 돌아가는 길도 한참을 걸어가다가 BART 정거장을 찾아서 탈출했다. 이날 결국 4만보를 찍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테크랑 차깨는거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었는데 이 날 도시에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멋진 도시였다. 특히 힘들었던 시기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 방문했던 곳이고, 그런 시기에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더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도 샌프란시스코는 나처럼 2시간 뒤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도피해야 했던 사람들의 안식처였지 않는가.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도 이 곳이 최고의 도시로 남기를 기원했다.

다음 날에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 몰래 들어가서 점심을 얻어먹다가 CTO님에게 걸려서 혼났다. 는 농담이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퇴사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 올 때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비행기 타고 돌아갔다.
돌아온 이후에는 잘 잤다.
Part 2: Portland, OR
Mount St. Helens
PDX에서 출발했다. 차로 대충 2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은 꽤 좋은 드라이브였다. 저 다리는 꽤 무서웠다. 마지막 사진에서는 Weyerhaeuser라는 벌목 회사에서 화산 폭발 이후 수많은 나무를 심었다고 호감작을 하고 있다. Mount St. Helens 근처에서는 벌목 산업이 꽤 크게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는 Rainier 근처랑 다르게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지는 않고 벌목을 꽤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에서도 큰 나무들을 잔뜩 쌓아서 다니는 트럭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Visitor Center에서 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Mount St. Helens는 활화산이고, 1980년 5월에 크게 폭발했다. 당시 사상자가 50명 이상 나올 정도로 피해가 큰 화산 폭발이었다.

아래에 깔린 호수도 아름답다.

Cascade Range에서 최근 일어난 화산 폭발 기록. 혈기왕성한 친구다. 20세기 이후에 터진 화산은 Lassen Peak (1915) 과 Mount St. Helens (1980) 뿐이다.
지금 있는 Visitor Center는 길의 끝이 아니고, 원래는 10마일 정도 더 산쪽으로 들어가면 Observatory가 있다. 아쉽게도 2년전에 산사태가 나서 그 길은 무너졌고... 지금은 접근할 수가 없다.
올 때 딱히 계획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라, 센터에 있는 ranger에게 하이킹 옵션을 물어봤고, Hummock Trail이라는 곳을 추천받아서 그 곳으로 갔다.

Mount St. Helens가 폭발하면서 뿌린 화산재 더미들을 볼 수 있는 트레일이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검은 더미들이 화산재가 쌓인 것이다.

Hummock Trail을 반 바퀴쯤 돌면 Boundary Trail이 나온다. 다음 Viewpoint는 4마일을 더 가면 나온다고 한다. 이때 시간이 오후 4시 정도였으니, 왕복 8마일을 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끝까지는 못 가더라도 중간에 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샌프란에서 얻은 근거없는 자신감도 약간) 에 Trail 방향으로 향했다.


Boundary Trail 상에서 경치가 좋은 곳들이다. 화산 폭발 과정에서 나무가 거의 다 죽어서 그늘이 없고, 그러면서도 경사가 꽤 심해서 꽤나 고된 트레일이었다. Cascade Range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네바다의 사막에 떨어진 거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곳은 지금 찍은 것만큼 경치가 좋지 않아서, 이 사진들을 건지러 1마일 정도 들어갔다가 바로 돌아갔다. 아주 작정하고 끝까지 들어갈게 아니면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Hummock Trail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고 그늘진 곳도 많은데, 아까 돈 detour때문에 정말 지친 상태로 와서 힘들었다.

돌아오기 전 Visitor Center에서 봤던 멋진 호수 앞을 방문했다. 수영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여행 끝. St Helens는 동쪽으로도 진입할 수가 있는데, 나중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그렇게도 해보고 싶다.
Downtown




Japanese Garden. 사진으로 보니까 그냥 Pacific Northwest Garden인거 같다. (당연히 칭찬이다.)

Rose Test Garden. 포틀랜드가 장미로 유명하다고 한다. 장미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내려오는 길에 야자수?? 를 봤다 왜 여기..??

Old Town에는 Voodoo Donuts라고 하는 신기한 도넛집이 있다. 귀여운 도넛을 프레첼 막대기로 부두인형마냥 찔러서 저주를 거는 컨셉이다. 오렌지 색이 흘러나오는 (ㅋㅋ) 연출이 귀엽다. 도넛은 "정말" 달았다. 미국식 "달다"를 초월하는 수준의 단맛이었고, 남자 둘이 달려들어서 거의 중도포기 할 뻔했으나 어떻게 잘 해치웠다.



포틀랜드는 SF / 시애틀과 다른 고유의 멋이 있는 곳이다. Downtown은 깔끔하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곳임은 확실하다. 지금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8월에 갈 수 있었던게 참 운이 좋았다.


Powell's Bookstore. 특이한 책들이 많았다. 읽고 싶었던 책 하나를 집었는데, 나오는 길에 "Pacific Northwest Selection" 이라고 책을 팔고 있길래 거기서도 두 권을 충동적으로 집었다.


근처에 Deschutes Brewing이라고 하는 브루어리가 있어서 거기서 저녁을 먹었다. 맥주와 음식 모두 아주 훌륭했다. 다시 가고 싶당 ㅠ

끝!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름 서부 여행기 (2/2) (0) | 2025.10.30 |
|---|---|
| SCPC 2025 후기 (2) | 2025.08.31 |
| 연말 미국일주 기록 (2/2) (1) | 2025.03.31 |
| 연말 미국일주 기록 (1/2) (0) | 2025.03.25 |
| Empire Builder (3/3) (0) | 2024.04.20 |
- Total
- Today
- Yesterday

